큰아버지께서 불의의 사고로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명을 받으셨다고 했다.
아마 어머니께서는 내가 걱정할 것을 걱정하여서 이런 경우는 대부분 소식을 알리지 않으시는 것 같지만
이번 경우는, 뭐 어찌저찌하여서 나에게 알리게 되었다.
처음 드는 생각은, 내가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나?
내가 간다고 해서 차이가 있다면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그냥 갔을 것 같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소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판명을 받았다.
천만 다행으로 1주일 전에 매주 하는 영상통화를 해서
미국에 돈을 내지 않고 받고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매주 하던 영상통화를 만약 그주에 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가 되었겠지만...
내 최근 소식은 전했다.
조금의 욕심이 있다면....
조카 장가 가는 건 보고 돌아가시길... 이라며 최근 몇일 간 기도를 했지만,
medically impossible 하단 사실을 오늘 수화기 넘어서 전해들었다.
내가 큰 목소리로 말한다면 그가 순간의 의식은 돌아올지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십만 혹은 억에 하나 다시 깨어난다고 해도...
너무나도 힘든 삶을 살기보단....
그냥 그만 편히 쉬었으면 한다.
욕심을 부리자면 내가 귀국하는 7월 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병상에 누워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만남을 위해서 연명치료를 하는 것은 옳지않기에.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매주 전복죽도 먹으러 가고, 중식도 먹고.
더 자주 만날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단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님의 임종만큼은 지킬 수 있게, 빨리 미국에서 마무리 하고 한국에 돌아올 계획이지만.
인생사 알 수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건, 동방정교회와 무슬림 사원에 가서 큰아버지의 명복을 빌어드려야겠다.
살아 생전에, 돌아가시면 제사상에 뭐 올려 드릴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분이 이제는 차디찬 땅 아래에서 만날 생각에..
귀국 후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웃으며 "교촌 치킨"을 올린다고 했었기에... 꼭 교촌치킨 한마리 올려드려야 겠다.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 모실 예정이라고 들었다.
나를 어릴 적 부터 사랑해주고, 애정을 줬던 분들이 나란히 이제 무덤에 계시다니...
힘들게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지 아니하고 마무리 하실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
설령 내가 한국에 있었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아니었다.
주어진 운명이란게 있지 아니한다.
부처님의 극락왕생, 주님의 곁, 혹은 부모님의 곁에서 맘편히 쉬셨으면 한다.
큰아버지가 과연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 묻히는게 좋을진 그의 감정을 알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운전을 한 이래로, 모시고 다니던 3명이... 차례로 묘지에 계시다니....
마음이 슬프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 같다.
황망한 죽음이지만 시간이라는 운명이라는 냉엄한 현실 속,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1-2주에 한번씩은 영상통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마지막 모습이 웃는 모습이라서 마음이 너어무 무겁지는 않다.
이제 귀국하면, 나와 같이 조부모님 산소를 갈 사람이 줄어들어서 슬플 뿐.
다들 산소에 그닥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좋아했던 내 친구이자 친적이자 어른이신 큰아버지가,
그 산소에 가버려서... 산소 mate가 사라졌다.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놀아주고(물론 백수이기에), 심지어 밥도 사주는 좋은 친구가 사라졌네......
왔으면 가는게 있는 당연한 삶의 이치거늘 나에게 온 이 운명이 오늘은 좀 슬프긴 하다.
이제 산소는 누구랑 가나................
사이다랑 과자는 내가 살테니 술은 큰아빠가 사세요 하다가...
이제는 돈 쫌 벌어서.. 내가 다 살테니 같이 갑시다 하다가...
돈 쫌 번다고, 산소 후 밥은.... 그런데 내가 거의 산적은 없는 것 같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교촌 치킨 쿠폰을 한번 더 보내드릴 걸 그랬다.
아무런 의미없는 제삿상에 올려두는게 무슨 의미일까...
살아 생전에 한번 더 드시는게 좋으려만...
건강을 생각하면 대부분 먹지 못하는 치킨과햄버거지만, 나는 먹지 말란 소리를 차마 못했다.
그냥 나를 핑계로 드시고 싶은거 드시는 것이 더 행복이 아닐까....
만나는 사람마다...(뭐 많지도 않지만) 이거 몸에 안좋다, 먹지마라, 먹지마라 거릴테니....
나 만큼은 그냥 맛있게 먹읍시다 (대신 계산은 큰아빠가 ㅎㅎ) 했었다.
전복죽은 이제 누구랑 먹으로 가나........
아직 못다먹은 부산의 중식당이 많은데......
나라도 건강관리를 잘 해야지.....
뭐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 해도, 죽음은 알 수 없는 것 이지만....
부모와는 다른 사랑을 주었던 조부모님과 큰아버지가, 그 마지막 맴버도 이젠 하늘의 별이 될 예정이라니
먼 이국땅에서 마음은 아프지만, 아마 그는 내가 마음이 아프기보단 씩씩하게 미국가서 빨리 장가 갈 사람을 찾길 바랄것이다.
그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내가 이룬다는 마음으로,
큰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줘야겠다.
해외에 살면 이런 점은 좋지 않은 것 같지만
국내에 살면서도 남보다도 못한 것 보다...
심지어 엄마에게도 보이스톡만 하지 영상통화까진 안하는데....
아마 큰아버지는 영상통화가 신기했는지, 나와는 항상 영상통화를 했다. 그래서 아직도 그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마지막 대화 주제는,,,,,
뭐 항상하는
날씨 이야기, 건강이야기, 그리고 +@로 미국에 가게 된 이야기. 내가 미국에 간다니 그의 질문은
돈 내고 가냐 돈 받고 가냐? 그래서 내가 돈 조금 받고 간다..... 그랬더니 신기해 하셨던.
그리고 내 마지막 멘트는 아마
다음주에도 또 심심하면 전화 할게요
심심할 때 전화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다들 생업에 바쁘지만, 전혀 바쁘지 않은 내 친구이자 혈족.
살아생전 내가 아마 교촌치킨 올려드린다고 했으니...
산소에 갈 때 교촌치킨을.... 언제 사서 어찌 들고 가야 하나 싶지만...
내 약속은 아마 제삿상이었으니... 추석이나 설날엔 내가 한국에 없을 것 같고...
아무튼 언젠가 내가 제삿상이나 차례상을 한국에서 지낸다면, 교촌치킨을 꼭 올려드려야 겠다.
오리지날을 좋아하지만.. 난 다리와 날개만 있는걸 좋아하는데...
롯데리아 햄버거도 올려드려야 하는데...
많이 그리울 것 같지만 꿈에선 굳이 안나왔으면 한다. 이승은 잊고 저승에서 맘편히 햄버거도 치킨도 많이 먹고
노총각 조카가 결혼할 수 있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힘써주셨으면 한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친척의 expire는 쉽지는 않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나는 어느정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다.
삶과 죽음, 그저 하나의 과정일 뿐.
내 죽음......도 있지만 이제는 내 부모님의 죽음도 어느정도 준비하고 살아야 할 나이인 것 같다.
큰아빠, 안녕!
많이 감사하고 좋아했어요!
거 하늘가서 잘 쉬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