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자흐스탄에 온 큰 이유 중 하나는 홍범도 장군의 묘소가 있었다.
비록 이장되기 전 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카작 파견이 취소된 사이, 장군의 유해는 국내로 송환되었다.
하지만 유해가 중요한게 아니라, 독립된 조국의 자손들이 잊지않고 찾아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현지에 있는 고려인들에게도 여전히 우리가 찾아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어느 순간 홍범도 장군이 정치의 영역에 들어나게 되어서 참 마음이 아팠다.
나는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투표는 열심히 하지만 내 성향상 거대 양당은 맞지 않기에.
하지만 내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최고 예우로 국내로 송환을 했고, 또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유일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평산책방에서 샀다. 나는 그냥 책만 사고 가려고 했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문 (전)대통령이 사인회를 한다고 했다. 나는 뭐 별로였지만 엄마는 꼭 보고 가자고 하셔서...
그래도 나보다 어른이니 홍범도 장군님 뵈러간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뭐라...대답은 했는데 기억은 안난다.
아무튼 홍범도 장군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윤석열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가 홍범도 장군을 정치색을 입힌 순간, 싫어하기 시작했다.
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판매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한국의 k-pop도 좋고 drama도 좋다. 하지만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한국의 정신영역 중 꼭 내 학생들에게 자랑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Korean Speaks Korean
특히나 여기 카작에서는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쓴다.
카작 뿐만이 아니라 많은 피식민지 국가들은 식민지배국의 언어를 쓴다.
하지만 한국은 G2인 중국의 언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식민지배국이었던 일본의 언어를 쓰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유명한 독립군부터 무명한 독립군까지 다양한 독립군 선조들의 희생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홍범도 장군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성향에 따라서 이리 바뀌는걸 보고...
예전부터 있었던 한국학을 미국에서 배우겠단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되었다.
가서, 중국친구들이랑 일본친구들이랑 한국에 대해서 더 뜨겁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싶다.
국내 정치가 아닌, 국제적 관점으로..
결론적으론 반일투쟁에는 중국의 도움도 있었고, 또, 중국이 한국을 식민지배하지 못한 것에는 일본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동아시아의 역사를 한국이 아닌 제3국인 미국의 시각으로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내 뿌리는 "한국어 선생님"이고 싶었다.
왜냐하면 수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 한국에 대해서 때론 아플정도로 뼈를 때리지만 또 너무 귀여울 정도로 한국을 다양하게 봐 준다.
이런 학생들의 순수한(?) 시각이 필요하기때문에, 나는 어딜 가서도 최소한 한국어는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석사까지는 한국어 교육을 하고, 박사과정에서는 좀더 심도있는 동아시아에 대해서 공부할 계획인데,
홍범도 장군 덕분에 나는 중국과 일본, 혹은 일본과 중국의 친구들에게도 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카작땅을 맘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홍범도 장군 묘역 참배는 그냥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동료교원선생님의 도움이 있었다.
내가 꼭, 미국의 돈으로 홍범도 장군 묘역을 더 투자하게끔, 미국에 가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좌냐 우냐 이분법적으로 따지자면 우에 가까운 나 조차도, 홍범도 장군을 이리 폄하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으로 이장 된 묘역에 가서라도, 홍장군을 폄하했던 무리들은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은 아니다.
내 이름이 나까무라가 아닌 것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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